[마음수련 일상] 들어주는 것의 놀라운 힘

대화의 실체

친구: 아니야. 아니라니까. 내말 들어봐바. 아까도 얘기 했지만…..
나: 니는 내말은 듣고 있는거가? 그거 아니라고 몇번 이야기 했노. 그때.
친구: 답답하네. 아니 왜케 못 알아 들어?

친구 놈과 30분째 같은 얘기 중이다. 서로 아니라는 말만 몇 번째 하는지 모르겠다. 계속 자기 얘기만 하고 있다. 아니라고, 내가 맞다 하면서.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하다. 영화, 돈, 정치, 주식 등. 이렇게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서로 통하는 얘기가 나올 때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마치 긴 세월 오래 떨어져 지내온 사이였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갑다는 느낌과 비슷할려나?

암튼 친구들과 나는 그렇게 서로 몇 십년 째 각자 자기 얘기만 하고 살아 왔다. 비단 친구들과 있을 때만 그런 건 아니다. 사귀던 여자친구하고도 분명 그랬었고, 직장 동료와도, 형제, 부모님 하고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게 아니고.”
“아니, 아니, 내 말은…”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니 애초에 사람과의 대화에 기본 소양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상대방 얘기는 절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내가 하는 말과 내 주장이 상대를 납득 시켜야 하고, 또 상대는 내 말에 굳이 “그래 네 말이 맞네” 라고 해줘야 대화가 끝날 지경이니… 하아…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실체

대화가 잘 되어야 서로를 잘 이해 할 수 있고, 대화가 잘 되어야 서로 오해도 줄일 수 있고 편안한 사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은 들지만 쉽진 않다. 참 이기적이게도 내가 이야기를 할 땐 내 눈을 바라보고 경청해주는 사람이 참 좋고 말하고 있는 와중에 상대방이 스마트폰을 하거나 딴짓을 하며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정말 딱 말을 끊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과연 상대가 말을 할 때 그런 태도로 듣고 있었던가? 당연히 나도 그런 태도를 가져 본적은 없는 것 같다. 내 말을 잘 들어주기를 바라지만 나조차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니까.

예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 유독 공감과 경청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뭔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는데 있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더 고민스러워진 게 사실이다. 잘 듣기. 경청하기. 공감하기. 다 같은 말인데 나는 왜 이리도 힘이 드는지.

책이나 인터넷에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 호감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상대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보자. 그리고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도 해보자. 그리고 상대가 나에 대해 호감을 느낄 수 있게 해보자.” 다 좋아. 맞는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야 하는게 아닌가? 그 방법을 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상대의 의중을 파악 할 수 있는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상대가 나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하냐는 말이다. 좋은 말들은 많이 하면서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

대화의 실체는 모순이다

좀더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상대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알아 듣지 못하고 이해하지 않는 편은 아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듣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단지 나는 상대의 말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게 센 편이다. 즉 내 주장이 무조건 관찰되기를 바라는 성향이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들을려고 하지 않는 점이 문제다.

각 개인의 성향이겠지만 내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주장하고 설득시키려 하는 성향이 세기 때문에 점점 대화하는 것이 힘들어 지고, 지치고 하는 것 같다. 앞서 얘기했던 구체적으로 경청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성향을 무시한 채 대화의 맥락에서 상황이 좀더 나아지기만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쩌면 참 모순인 것 같다.

마음수련 실체는 생각을 없애주는 것

이런 모순 속에서 나는 마음수련이라는 명상 방법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명상을 통해 알 수 있었던 내 실체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하게 되는 생각. 이 생각, 저 생각, 잡념이 너무 많다. 언제부턴가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어떤 대화에서 조차 상대의 말에 집중을 할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상대의 눈을 가끔씩 마주치며 맞다고 리액션도 하지만 사실 머릿 속에는 생각이 너무 많아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 생각의 연속으로 인해 상대의 말을 듣고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이 다음에는 이 말을 해줘야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반드시 말 할거야.’ 하면서 상대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바로 내 생각이 맞다는 전제 하에 주장을 펼치게 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상대는 상당히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내 친구의 말처럼 정말 자기 얘기를 듣고 있는지 의심이 갈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을 스스로 매번 만들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수련 명상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믿는 확신이 너무 세다는 것이다. 내가 내린 판단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는 것. 매우 치명적이다.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상대의 이야기를 존중하지 못한 채 언제까지나 내 생각을 밀어 부치게 된다. ‘아니야. 너는 틀렸고, 내가 맞아. 혹은 그래 니가 무슨 애기 하는지 알겠는데 말야 사실은 이거야.’ 라고 행동 하려 하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잘 들을려고 하지 않고, 내 주장만 계속 펼치는 것이다.

결국 나는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너무 강해서 상대의 이야기를 속으로, 또 겉으로 무시하게 되는 것이고, 더불어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를 못하는 것이다.

마음수련 실체는 자기주장을 없애주는 것

어쨌든 나는 이 두가지 문제 상황을 알게 되었고, 명상을 통해 조금씩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법을 익혀 가고 있다. 그 포인트는 바로 생각을 없애는 것이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집중도 잘 못하고, 대화도 잘 안되니 그런 생각들을 명상을 통해 비워 나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이 떠오를 때 마음수련 명상에서 제시하는 방법으로 그 생각들을 없애 나간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정말 내 머릿속을 뱅뱅 돌던 그 잡생각들이 하나 둘 사라지게 되고, 지금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을 잘 하게 된다. 물론 대화에서도 내가 스스로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게 되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면 한참 말을 하던 상대가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나한테 하는 말이 “내 얘기 잘 들어줘서 고맙다.” 라고 해서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와~! 내가 방금 이사람 얘기를 정말 그대로 아무 사심없이 아무 생각없이 그냥 들어 주었구나.’ 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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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내 주장과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개념을 탑재하게 되었다. 사실 한번만 더 생각해보더라도 내 생각과 내 주장이 틀렸을 수도 있지 않은가.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거의 안했는데 지금은 ‘내가 하는 생각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지. 틀릴 수도 있자나.’ 하면서 ‘상대의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겠네?’ 라는 태도로 변화가 생겼다. 굉장히 평범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러지 못했다는 것이 좀 수치스럽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판단의 기준을 갖게 되어서 정말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상대의 이야기가 맞고, 내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하게 되는 것. 이것이 대화를 이어 나가는데,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지는 데 엄청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06 진짜 대화를 하다

나는 명상을 통해 생각을 비우고, 내 주장과 생각을 내려 놓게 됨으로써 그제서야 진짜 대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공감과 경청은 오롯이 나라고 하는 그 틀이 없을 때 가능하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 역시 내 생각이 많이 비워져야 하고, 내 생각을 내려 놓았을 때 상대를 존중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진짜로 경청과 공감을 하게 되었을 때 상대와 나의 관계는 더욱 신뢰가 쌓이고, 그 정이 깊어진다. 내 얘기를 아무 사심없이 정말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은 내게 있어 참 좋은 사람이고 정말 믿을 수 있는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반 이상 해결 할 수 있다. 대화를 하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마음에서 복잡한 것은 덜어내고 기분 좋은 감정을 취하려고 하기 때문에 마음수련에서 하는 그 비워내는 방법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효율적으로 잘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상대를 위로 할 수 있다는 점. 이런 정서와 태도가 점점 늘어나 가깝게는 가족부터 친구, 동료 저 멀리는 사회에까지 모두가 다 소통을 잘 하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