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 실체, 나의 동굴 체험기

다시, 보통날 나의 동굴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내가 마음수련을 했어도 가끔씩 동굴에 들어가 버리는 것을. 동굴로 들어가게 되면 나는 온몸에서 그 동굴 에너지를 뿜어 낸다.

‘아무도 말 걸지마.’

‘나 동굴이야.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아.’

‘지금 죽을 것만 같아. 그러니 나 좀 냅둬.’

 이런 생각들이 아주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저 마음들이 다 표출되어 모두들 단번에 알아차린다. “저 새끼, 또 동굴 들어갔네.” 라고 말이다.

이제는 다들 연례행사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별로 특이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처음 동굴을 접했을 때는 주변 사람들은 내게 참 많은 관심을 가져줬었는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고, 일부러 말도 걸어주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힘내라고 토닥거려주고. 평소 실없는 헛소리를 많이 해대던 친구가 갑자기 말이 없고 눈도 안 마주치니 얼마나 놀랬을까. 그러나 이 동굴이 반복되다 보니 다들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는다. 말그대로 노관심이다. 그래서 이곳에다 이야기 하려 한다. 누가 보든 상관없다. 나는 이야기 하고 싶기에, 내 이 억울함을 어딘가에는 속 시원하게 털어놓아야 살 것 같아서.

주인님 어디 계세요

사실 이번 동굴도 참 만만치가 않다. 상처가 좀 깊게 박혔다. 믿지 않겠지만 나는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다. 흔히 말하는 유리멘탈이다. 사실 석 달 전에 엄청나게 깊은 동굴을 겨우 빠져 나왔었는데 3개월 만에 다시 동굴에 들어오다니 정말 어이가 없긴 하다. 이렇게 단시간에 다시 들어올 줄 정말 몰랐다. 그때는 정말 깊은 동굴이었는데 다행히 TVN 채널에서 ‘나의 아저씨’ 라는 드라마를 보고, 엄청나게 많은 눈물을 쏟아내고 나서야 동굴을 나올 수 있었다. 정말 ‘나의 아저씨’ 주인공들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저런 사람도 힘내서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데 나는 뭐라고 뭐가 그리 힘들다고 이렇게 못 버티는 거냐 그러면서, 스스로 토닥 한번 해주고 동굴을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계기로 나오게 될지 궁금하긴 하다.

암튼 자꾸 동굴, 동굴 하는데 내가 말하는 동굴의 실체가 뭐냐면 그냥 내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버리는게 동굴이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고, 겪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상태. 세상 모두가 내편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혼자 상처받았다고 생각하고 불쌍하게 생각하고, 억울해 하면서 혼자 자책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편히 눕지도 못하고 옆으로 쪼그려 누워있거나 눈은 항상 땅을 향해 있고, 한숨은 2초에 한번씩 나오는 그런 상태. 그것이 바로 내 동굴 안의 실체이다.

 

03 직장생활

이번에도 역시나 완벽한 조건이 딱 떨어지니 바로 동굴로 들어가 버렸다. 어느 회의 시간이었는데 회의 도중 각이 딱 막히는 그런 순간이 있었다. 정말 답답한 상황이었고 그 적막함은 정말 나에겐 견디기 힘든 그런 찰나의 순간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사전에 분명히 요청을 드렸었다. 팀장에게 이런 상황처럼 생각이 막힐 수가 있으니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 시켜 주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회의를 할지에 대해서 좀더 명확하게 집고 넘어가도록 하자고 분명히 말했었는데 또 우리의 대단하신 팀장님은 본인께서 추구하신 방향대로 밀어 붙이고 계시는 중이다. 아… 올 것 같다. 암이 올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여기서 내가 또 일을 그르치면 안되니까 처음 한 두 번은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나름 좋게 좋게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이런 부분의 논리가 좀 부족하니 좀더 확실하게 집고 넘어가면 큰 틀로 접근하는게 더 쉬울 것 같습니다.”

분명 이 얘기에는 모두 동의했었다. 팀장도 좋다고 했다. 근데 왠열, 회의가 진행되면 진행 될수록 계속 이런 말이 들린다.

“그래서? 그게 뭔데? 와 닿지가 않자나. 다른 거 뭐 없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리 타겟은 뭔데? 이거..와 닿지가 않자나. 그건 그때 그냥 그렇다 치고 넘어 간 거지 픽스 안 했자나”

.와… 진짜… 대박… 분명 같이 확정하고 넘어 갔었는데. 이거다! 하고 모두 동의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 온 건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다음 편에 계속)